또 불거진 중복상장 논란…콘텐트리중앙 투자자들 '실망'

입력 2024-01-30 07:44   수정 2024-01-30 08:28


중복 상장과 관련한 논란이 증시 곳곳에서 한창이다. 이번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콘텐트리중앙의 자회사 SLL중앙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이 회사는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나섰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중복 상장이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LL중앙은 최근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도 공동주관사로 참여한다.

1999년 설립된 SLL중앙은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다. 뉴스 제작사로 시작한 이 회사는 2020년 제이콘텐트리스튜디오를 흡수합병한 뒤 JTBC콘텐트허브→JTBC스튜디오→스튜디오룰루랄라중앙→SLL중앙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2021년 레이블 체제를 구축한 SLL중앙은 '부부의 세계', '이태원 클라쓰', '재벌집 막내아들', '나의 해방일지' 등 다수의 인기 드라마를 제작했다. 영화 '범죄도시', '완벽한 타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카지노', 'D.P', '수리남' 등을 제작하며 좋은 성과를 냈다. 또 2022년 말 JTBC로부터 예능 및 드라마 지식재산권(IP) 대부분을 넘겨받아 성장 기반을 다졌다.
콘텐트리중앙, '중복 상장' 논란 피하기 어려워
하지만 모회사가 상장사라는 점 때문에 중복 상장 논란이 불거졌다. SLL중앙의 모회사 콘텐트리중앙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콘텐트리중앙은 SLL중앙의 지분 53.82%를 갖고 있다.

자회사와 모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면 대주주는 소량의 지주회사 지분만 갖고 다수 계열사를 모두 지배할 수 있다. 아울러 그룹 시가총액이 늘고 자금조달이 쉽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더블 카운팅'이 발생한다. 더블 카운팅이란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했을 때 시장에서 형성된 시가총액에 두 기업의 가치가 중복 계상되는 현상을 말한다.

자회사 실적이 모회사의 연결 기준 실적에 반영된 만큼, 모회사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해외에선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된 사례가 드물어 중복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중복상장 논란은 최근 수년간 이어졌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부터 두산-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꾸준히 발생하는 이슈다. 최근에는 투자자들도 중복 상장을 인지하면서 이를 비판하고 있다. 카카오 그룹이 대표적인 예다.

카카오는 2020년 9월 카카오게임즈, 2021년 8월 카카오뱅크, 2021년 11월 카카오페이까지 자회사를 차례로 상장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하기 전인 2020년 9월 초 8만300원(조정주가 기준)이던 카카오 주가는 현재 5만5300원까지 밀렸다.

'알짜 자회사'가 별도로 상장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선 모회사에 투자할 유인이 떨어져 모회사 기존 주주들 입장에선 악재가 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10~2021년 사이 동시 상장한 모자 기업 중 모회사 64개 기업가치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모회사 기업가치는 자회사가 상장한 해 평균 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듬해는 11%, 2년 후에는 16%까지 기업가치가 떨어졌다.
"중복 상장하면 모회사·자회사 모두 기업가치 하락"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22년 7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모자기업의 동시상장은 기업가치 측면에서 부정적 효과가 뚜렷이 나타난다"며 "동시상장은 모자기업 모두의 기업 가치에 부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콘텐트리중앙은 중앙그룹의 중간 지주사로 자체 사업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콘텐트리중앙의 작년 3분기 매출 가운데 39%를 SLL중앙이 기여했다. SLL중앙이 상장하면 투자자 입장에선 콘텐트리중앙에 투자할 이유가 크게 줄어든다는 얘기다. 작년 9월 22일 SLL중앙이 주관사 선정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콘텐트리중앙은 52주 최저가까지 밀렸다.

한 네티즌은 콘텐트리중앙 종목토론방에 "SLL중앙 상장 전 콘텐트리중앙이 어떤 발표를 할 지 기다리고 있다"며 "자회사가 상장하면 콘텐트리중앙을 볼 일은 없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투자자는 "요즘 주가가 하락하던 게 자회사 상장 이슈 때문이었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콘텐트리중앙은 올해 들어 17% 하락했다.

2021년 3월 SLL중앙(옛 JTBC스튜디오)은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통해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고 총 4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이 3000억원, 텐센트 자회사인 에이스빌이 10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를 사들였다.

당시 콘텐트리중앙은 3년 이내(최대 2년 연장 가능)에 IPO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IPO 기한은 대략 2024년 3월부터 2026년 3월까지다. 기한 내 IPO를 완료하지 못하면 콘텐트리중앙은 투자자에게 최소 연 2.9%의 내부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는 엑시트 제안을 해야 한다.
IPO 추진할 때 몸값, 실적 등 주목해야
고평가 논란도 SLL중앙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SLL중앙은 프리IPO 당시 기업가치 1조2000억원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LL중앙과 비슷한 수익모델을 갖춘 스튜디오드래곤의 시가총액은 1조4067억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조단위 기업가치를 노리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실적이다. SLL중앙의 작년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80억원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스튜디오드래곤은 영업익 597억원을 거뒀다. 매출도 2361억원과 5920억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SLL중앙이 조단위 몸값을 인정받으려면 현재 실적을 뛰어넘는 성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SLL중앙은 상장 후 시가총액, 시기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환경, 경영 여건 등을 모두 고려해 최적의 시기를 찾고 있다"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지, 코스닥 시장에 도전할지도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복 상장 우려에 대해선 "관련 내용이 구체화하면 주주에게 설명할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며 "계열사 실적을 정상화하고, 배당 수익을 늘려 지주사로써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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